‘휴지통 없는 화장실’, 우리가 지켜요
‘휴지통 없는 화장실’, 우리가 지켜요
  • 박수희 기자
  • 승인 2018.05.11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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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지침으로 ‘휴지통 없는 화장실’이 시행된 지 약 4개월이 지났다. 이제 우리 대학 화장실에서는 휴지통을 찾아볼 수 없다. 달라진 화장실이 낯설었지만, 학우들은 금세 적응하고 있었다. 휴지통이 없어진 허전함을 우린 무엇으로 달래고 있을까. ‘휴지통 없는 화장실’ 시행 후 우리 대학 화장실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알아본다. /사회부

화장실 칸 안에 휴지통이 사라졌다.
화장실 칸 안에 휴지통이 사라졌다.
'휴지통 없는 화장실' 이용 수칙
'휴지통 없는 화장실' 이용 수칙

  작년 5월 행정안전부는 공중화장실 이용자의 편의와 잘못된 관습 폐지를 통해 악취 및 해충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서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을 공포했다. 행정안전부에서 발표한 공중화장실법 시행령 제7조 제3호는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작년 12월 26일부터 우리 대학 화장실에는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칸마다 놓여 있던 휴지통이 사라지고 남자 화장실에는 물티슈 수거함, 여자 화장실에는 위생용품 수거함이 생겼다. 화장실 문에는 ‘휴지통 없는 화장실’ 이용 스티커가 붙여졌고, 세면대 옆에 쓰레기통 하나가 비치되었다.

▲‘휴지통 없는 화장실’, 안주해서는 안 된다

  지난달 27일부터 30일까지 총 4일간 ‘휴지통 없는 화장실’ 만족도를 묻기 위해 학우들의 여론을 조사했다. ‘휴지통 없는 화장실’에 대해 71%는 긍정적인 견해를 보였고 나머지 29%는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각각의 이유를 물었을 때, 긍정적인 견해와 부정적인 견해 모두 위생 문제를 강조했다.

  학우들 다수가 ‘휴지통 없는 화장실’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잘 적응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주장을 무시할 수 없다. 부정적인 반응에 귀 기울여야 현재 우리 대학 화장실이 직면한 문제에 대해 해결할 수 있다. 분명 ‘휴지통 없는 화장실’로 바뀌고 난 뒤 화장실 안은 깔끔해졌고 악취도 줄어들었다. 학우들은 이제 사용한 휴지를 보지 않아도 돼 불쾌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미화원 역시 외부 유출 쓰레기가 줄어들어 업무가 수월해졌다. 하지만 배관이 이전보다 자주 막히고 물이 역류하는 상황도 종종 일어났다. 쓰레기를 변기에 버리지 않고 바닥에 버리는 경우도 다반사다. 위생용품 수거함과 물티슈 수거함 안에는 위생용품, 물티슈가 아닌 온갖 쓰레기가 모여 있다.

  학우들은 문제점 해결 방안으로 휴지 종류 교체, 변기 수압 세기 조절, 휴지통 구비 등을 주장했다. ‘휴지통 없는 화장실’ 책임자인 시설관리팀 류만진 직원은 학우들의 응답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휴지는 지금 괜찮은 제품을 쓰고 있지만, 구매처에 한 번 더 물어보고 나은 게 있다면 개선해 보겠습니다. 수압은 결국 우리가 고쳐야 할 부분이라 신경 써서 지켜보고 있어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휴지통은 원칙적으로 세면대 옆에 있어야 합니다. 제가 확인해 보고 전부 설치하겠습니다.” 류 직원은 관리자로서 시행 단계에서 시행착오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100%는 아니더라도 99%까지 완벽할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가겠다며 자신 있게 웃었다. 덧붙여 류 직원은 학우들에게 한 가지만 유의해 달라며 부탁했다. “휴지는 변기에, 물티슈나 위생용품은 전용 수거함에. 좀 더 학우들이 책임 의식을 가지고 사용을 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에겐 웃을 수 없는 공간

  좋은 정책이라도 문제점은 존재한다. 위생적인 ‘휴지통 없는 화장실’이 시행되면서 발생한 문제들의 주원인은 바로 화장실을 이용하는 학우들이다. 현재 우리 대학 화장실에는 휴지통이 모두 수거된 상태이다. 하지만 남자 화장실이 물티슈로 인해 변기가 자주 막히자 시설관리팀은 물티슈 수거함을 들여놓았다. 반면에 물티슈 수거함을 이용하는 학우들도 있지만, 그것마저 지키지 않고 변기에 물티슈를 버리는 학우들도 여전하다. 예산을 들여 배치해 놓은 물티슈 수거함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또 여자 화장실 상황도 좋지 않았다. 여자 화장실 위생용품 수거함 안에는 아무렇게나 펼쳐져 있는 위생용품과 온갖 쓰레기들이 가득하다. 학우들은 화장실에 양심을 버리고 있었다.

  변기가 막히는 이유에는 휴지를 한 번에 많이 말아 넣는 행위, 물에 녹지 않는 것들을 넣는 행위, 음식물을 변기에 버리는 행위 등이 있다. 그래서 미화원들이 변기를 뚫는 업무가 한 층마다 하루 평균 2, 3번으로 늘었다. 막힌 변기를 뚫다 보면 간혹 역류하여 물난리가 나서 수리 기사를 불러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막힌 변기 속에서는 별의별 것들이 나온다. 휴지, 물티슈 외에 심지어 칫솔, 나무젓가락, 치킨 뼈 등이 나오기도 했다.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음식물을 변기에 버리는 것이다. 학우들은 음식물을 깔끔하게 처리하기 위해서 또는 미화원들의 수고를 덜어드리고자 변기에 버린다. 하지만 오히려 그 행동이 미화원들에게는 독이 된 셈이다. 미화원들은 학우들이 음식물을 처리할 때는 화장실 밖 쓰레기통 위에 올려 두길 부탁했다.

▲우리는 그들의 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았다

  한마관에는 우리 대학 시설을 이용하며 불편한 점을 익명으로 말할 수 있는 소리함이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미화원들은 눈치가 보여 소리함을 이용하지 못했다. 그들은 자신의 문제를 이야기해도 되는지 망설이다가 참았다. “일하러 왔으니까 일을 하는 건 당연하지만 제발 변기가 막히지 않도록 신경을 조금만 써 주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남자 화장실에는 소변기와 바닥에 담배꽁초가 많이 버려져 있는데 휴지통에 버려 주길 바라는 것밖에 없습니다.” 김점득 미화원(한마관 2, 3층 담당)은 말을 끝내는 순간까지도 조심스러워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준 것에 고마움과 동시에 미안한 감정을 내비쳤다.

 

  우리 대학 화장실 사용자들이 주인 의식을 가지고 사용해 준다면 미화원들의 노고를 덜어드릴 수 있다. 평소 시설관리팀은 수시로 우리 대학 시설을 검토하며 학우들이 불편하진 않을지 개선안을 생각하고 있다. 학우들도 그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 대학과 학우, 서로 협력하여 ‘휴지통 없는 화장실’이 개선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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