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판단, 잘못된 선택
섣부른 판단, 잘못된 선택
  • 노윤주 기자
  • 승인 2021.03.18 10: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끊이지 않는 학교폭력 사례, 오히려 늘어나

  최근, 연예인, 운동선수 등 공인의 과거 학교 폭력 사례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명성을 크게 얻는 기쁨도 잠시, 그들은 순식간에 학교 폭력 관련 도마 위에 오르게 된다. 피해자라고 진술했으나 알고 보니 사실이 아닌 사례를 올려 공인을 한순간에 가해자로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 따라서 요즘 이슈화되고 있는 공인의 학교 폭력 사례와 2차 피해 등에 대해 알아보자. / 사회부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 맞아 죽는다.’ 대개 학교 폭력의 시초는 단순 장난으로부터 시작된다. 학교 폭력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지만, 가해자의 인생에 괴롭힘은 한 줄도 채 기록이 남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오래전부터 학교 폭력은 꾸준히 문제가 되고 있다. 학교와 정부 모두 폭력 근절에 힘쓰고 있지만, 여전히 사회의 족쇄로 남아있다는 게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 일진과 학교 폭력

  학교 폭력의 사전적인 정의는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범죄’를 말한다. 상해, 폭행, 감금, 협박, 명예훼손, 모욕, 강제적인 심부름, 사이버 따돌림 및 따돌림 등으로 피해자의 신체 및 정신, 재산적인 피해를 수반한다. 그중 따돌림은 학교 내·외에서 2명 이상의 학생들이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으로 신체적 또는 심리적 공격을 가하여 상대방이 고통을 느끼도록 하는 행위다. 사이버 따돌림은 인터넷, 휴대전화 등 정보 통신 기기를 이용하여 학생들이 특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속적, 반복적으로 심리적 공격을 가하거나, 특정 학생과 관련된 개인정보 또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여 상대방이 고통을 느끼도록 하는 모든 행위를 뜻한다.

  10대 때 어느 학교에나 소위 일진은 존재했다. 일진이란, 교내 폭력 서클을 상징하는 말인 일진회의 멤버를 말한다. 일진은 학교나 학년 내에서 싸움을 잘하거나 잘 노는 것으로 유명한 아이들을 의미했다. 이들이 모여 이루어진 집단을 일진회라고 불렀다. 과거 학교 폭력위원회를 개최할 때 가해자는 항상 일진회 소속 학생이었다. 많은 학생이 모여 괴롭힘을 시작으로 금품 갈취 등을 일삼기 때문이다.

  일진회는 1997년 ‘일진회 사건’을 계기로 세간에 알려졌다. 일진회 사건은 고등학생이 갈등 관계의 타 학교 학생을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이다. 당시 일진회 소속 가해 학생들은 만화를 모방해 범죄를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사회적으로 폭력 만화나 영화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 최근에 일어난 학교 폭력 사례

  최근에는 명품과 관련된 학교 폭력 사례도 나오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 교복 위에 입는 겨울용 의류나 지갑 등 명품이 유행하게 된 건 오래됐다. 2010년에는 노스페이스, KAPPA, 블랙야크 등 교복 위에 입는 명품 의류의 비싼 가격으로 인해 학생들이 구매하기 어려워 이를 둘러싼 갈등도 많았다.

  시대가 발전한 만큼, 학교 폭력의 양상도 다양해졌다. 옷이나 지 갑 등을 빼앗아 자신의 것처럼 입거나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경제 적인 이익을 취하기 위해 팔기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또는 자신 이 산 명품 지갑을 주고 팔아오라고 강요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지갑은 가짜 명품인 경우가 많다. 그럼 팔지도 못하고 피해 학생만 억 울한 상황이 된다. 실제 사례로 일진 중 한 명이 자주 괴롭히던 친구 에게 자신의 가짜 버버리 지갑을 주고 일정 금액 이상으로 팔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보증서도 없는 지갑을 사는 사람은 없었다. 피해 학생은 울며 겨자 먹기로 자신의 돈으로 금액을 채워 전달했다.

  학교 폭력 수법이 다양해지면서 이런 명품을 둘러싼 학교 폭력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직접 신체적으로 때리거나 물건을 빼앗는 건 아니다 보니 학교 폭력에 해당하는지 모르는 학생들도 있는 것 이 가장 큰 문제다.

 

# 이슈화되는 공인의 학교 폭력 사례 그리고 2차 가해

  최근 공인의 과거 학교 폭력 가해 사실이 드러나면서 학교 폭력은 다시 전 국민의 관심을 모았다. 학교 폭력 가해자는 운동선수를 선두로 아이돌 그룹, 배우 등 연예계까지 하나둘 속출됐다. 공인의 가 해 사실은 많은 이의 야유를 받았다. 보이는 직업인만큼 셀 수 없는 관심과 사랑을 받는 그들이 학교 폭력의 가해자라는 사실은 매우 기만적인 행동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소중한 학창 시절을 끔찍한 악 몽으로 남겨둔 채, 대중의 관심을 받길 선택했다는 사실이 피해자에 게 또 다른 상처를 새긴다. 각종 매체를 통해 가해자를 다시 마주하게 된 피해자의 심정은 차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하다.

  피해자는 피해 사실을 알리기 위해 가장 일반적으로 공인의 졸업 앨범을 증거로 사용한다. 학교 폭력 증거는 남기기 어렵기 때문이 다. 특히 현재가 아닌 과거의 학교 폭력 사실을 구체적으로 입증하기는 까다롭다. 그래서 많은 이가 피해 사실 증명을 위해 같은 학교를 졸업했다는 증표로 졸업앨범을 제시한다. 그러나 현재 여러 공인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며, 앨범을 악용하는 사례도 생겨났다.

  ‘졸업앨범’만 있으면 누구든 상관없이 한순간에 학교 폭력 가해자 가 된다. 이미지가 중요한 직군 중 하나인 공인에게 가해자 꼬리표 는 큰 타격이다. 현 상황에서 대중은 쏟아지는 정보를 전부 수용하기 벅차다. 그러다 보니 사실관계 파악 여부와 관련 없이 모든 정보를 받아들이게 되고, 거짓 소문은 기정사실화된다.

  그저 마음에 들지 않는 공인의 추락을 위한 수단으로써 학교 폭력의 사용은 공인이 거짓 소문으로 인해 받는 고통뿐만 아니라 실제 피해자에게 또 다른 아픔을 준다. 거짓된 루머생산을 목적으로 하 는 글이 늘수록 피해자는 끊임없이 검열당하며 끝없는 증명을 요구 받기 때문이다. 그들이 피해 사실을 되새기며 고발한 공인의 가해는 공론화되어야 마땅하다. 학교 폭력의 악용은 피해자에게 또 다 른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 끝없는 고통

  피해자의 고통은 단순히 그 상황에서 벗어난다고 끝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한번 생긴 상처는 트라우마로 남는다. 트라우마는 시간조차 해결할 수 없다. 괜찮아졌다고 하더라도 비슷한 상황을 마주하면 당시의 기억과 감정에 지배되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해맑음 센터가 2019년에 청소년을 대상으로 청소년기 트라우마에 대해 심층 인터뷰를 했을 때, 성인기보다 청소년기에 생긴 트라우마가 자아 형성에 영향을 더 끼친다는 결과가 나왔다. 트라우마는 본인뿐만 아니라 세상에 대한 신뢰와 타인의 인간관계 결여로 이어져 일상생활을 무너지게 만든다.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성인이 된 이후에도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학교 폭력은 학창 시절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간이 흐른 후에도 피해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이 병리적 현상으로 자리 잡아 끊임없는 굴레에 빠지게 된다.

 

학교 폭력은 사회적인 문제로 아직까지 우리 곁을 맴돌고 있다. 학교 폭력이 이슈화될 때마다 댓글과 SNS는 범죄의 심각성, 악질에 대한 대중의 분노로 가득하다. 폭력 없는 사회는 이상적이면서 닿을 수 없는 세계이다. 그렇다고 해서 폭력을 방관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평생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학교 폭력으로부터 학교는 학생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 학교 폭력 근절과 피해자의 트라우마를 해결하기 위해 적절한 대처와 방안이 필요하다.

노윤주·정희정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합포구 경남대학로 7 (경남대학교)
  • 대표전화 : (055)249-2929, 249-2945
  • 팩스 : 0505-999-2115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은상
  • 명칭 : 경남대학보사
  • 제호 : 경남대학보
  • 발행일 : 1957-03-20
  • 발행인 : 박재규
  • 편집인 : 박재규
  • 경남대학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2024 경남대학보.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