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현재와 미래를 뒷받침하는 과거
역사, 현재와 미래를 뒷받침하는 과거
  • 박예빈 기자
  • 승인 2021.02.19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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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과 가십을 걸러내는 능력을 길러야 하는 이유

  어제 일도 가물가물한데 몇 천 년 전 일을 일일이 기억하긴 힘들다. 모든 것이 시간이 지나면 기억에서 사라지는 일은 당연하다. 그러나 잊어서는 안 되는 시대의 흐름이 있고 의무적으로 알아야 하는 사건이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입버릇처럼 하는 말을 뱉으면서도 나의 무지함을 느낀다. 우리나라 국민 중 누군가에게 설명할 정도로 인류의 역사를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역사가 가진 의의와 가치를 파악하고 배워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 사회부

 

  지난 2일, 그룹 ‘여자친구’ 멤버 ‘소원’이 장문의 사과문을 SNS에 게재했다. 전날 자신의 SNS에 군복을 입은 남자 마네킹의 허리를 감싼 채 이를 바라보는 사진을 올렸기 때문이다. 이를 본 해외 누리꾼들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전쟁 범죄를 언급하며 ‘소원’을 비판했다. 역사를 모르는 연예인이 웃음 코드로 통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역사의 중요성이 점점 커져 “모를 수도 있지.”라는 말의 힘은 전혀 없다.

 

# 역사, 의미를 알고 배워보자

  수많은 의미를 포함하는 단어가 있다. 역사라는 두 글자다. ‘인류 사회의 변천과 흥망의 과정 또는 그 기록’, ‘어떠한 사물이나 사실이 존재해 온 연혁’, ‘자연 현상이 변하여 온 자취’, ‘역사를 연구 대상으로 하는 학문’, ‘역사’가 가진 대표적인 사전적 의미만 해도 4가지나 된다. 또, 역사에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등 여러 방면에 걸친 지식이 포함된다.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지 과거 사실에 대한 지식을 늘리기 위해 역사를 배우려는 사람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는 역사를 배울수록 다양한 능력을 기른다. 첫째, 과거의 사실을 토대로 현재를 바르게 이해하는 힘이 길러진다. 둘째, 과거의 기록을 통해 삶의 지혜도 습득한다. 우리는 역사를 배우면서 현재 우리가 당면한 여러 문제를 올바르게 파악하고 대처하게 된다. 셋째, 역사적 사건에서 보이지 않는 원인과 의도, 목적을 추론하며 사고력도 기른다.

  우리는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서 상식 게임을 많이 봐왔다. 연예인의 엉뚱한 답에 웃기도 하지만 역사 문제에서 시청자들은 예민해진다. 2016년 5월, 그룹 ‘AOA’ ‘설현’과 ‘지민’도 <채널AOA>에서 역사적 인물을 알아맞히는 게임을 하였다. ‘설현’과 ‘지민’은 안중근 의사의 사진을 보고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했다. 제작진의 힌트에 “긴또깡?”이란 답으로 정점을 찍었다. 방송 이후, ‘설현’과 ‘지민’을 향한 비판이 이어졌다. 당시 새 앨범 활동을 이어나가기 힘들 정도로 비판이 이어져 예정보다 빨리 활동을 마쳐야 했다. 물론 역사의식 부재는 연예인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 사실인 양 둔갑한 거짓들

  우리는 삼국시대, 고려, 조선, 일제강점기 등을 배웠다. 그러나 그 시절을 직접 경험한 사람은 없고 전해져 내려오는 기록으로만 알 수 있을 뿐이다. 역사학자들은 한 가지 사실을 여러 가지 관점에서 보기도 한다. 굵직한 기록에서 파생된 다양한 해석이 많지만, 딱히 규제하지 않는다. 모든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두며 역사는 다양성을 추구한다. 이 때문에 역사에 대한 가십거리도 많이 생겼다. 많은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을 왜곡하는 사람도 생겨났다. 세계사, 한국사를 쉽고 재미있게 가르쳐서 스타강사가 된 ‘설민석’이 대표적이다. ‘설민석’은 역사 1타 강사를 넘어 방송계도 장악한 사람이었다. 그의 이름을 걸고 나오는 프로그램이 생겨날 정도였다.

  그러나 그의 전성기는 한순간에 끝났다. 지난해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클레오파트라 편을 보고 한 고고학자는 SNS에 글을 올렸다. ‘설민석’이 역사적 사실과 동떨어진 가십거리를 풀어 났다고 설명했다. “재미있게 역사 이야기를 한다고 사실로 확인된 것과 그냥 풍문으로 떠도는 가십거리를 섞어서 말하는 것에 저는 정말 큰 문제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그는 ‘설민석’을 지적하면서 재미를 위해 사실과 다른 풍문을 옮기는 행동의 위험성을 언급했다. ‘설민석’은 공식 사과를 하고 방송에서 하차했다. 재미를 위해 만들어 낸 이야기가 진짜로 둔갑하면서 생겨난 결과이다.

  개인의 역사 왜곡도 문제지만, 국가가 왜곡하는 역사는 양국 간의 외교적 문제로 번지기도 한다. 불매 운동, 위안부, 독도 문제 등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에 여전히 많은 문제가 남았다. 많은 문제 중 강제징용 문제도 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하시마(일명 군함도) 탄광 등 근대 산업유산 등재 시설에서 한국인 강제징용에 사실을 제대로 알리라고 일본 정부에 권고했다. 일본은 이 권고에 따라 해당 내용을 포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2020년 6월 15일 일반에 공개된 산업유산정보센터에서는 메이지 산업혁명을 기념하는 내용 위주로 전시하며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래서 정부는 유감을 표명하고 국제사회를 통해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다.

  일본은 자국의 역사에 오점을 피하려고만 한다. 그러나 많은 나라가 일본의 과거 행적을 다양한 양식으로 기록해왔다. 일본의 만행이 이어졌던 시대를 배경으로 풀어 쓴 소설도 많다. 그중 최근에는 1920년에서 1980년까지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일제 강점기, 원폭투하, 한국전쟁 등을 담은 대하소설 <파친코>가 화제이다. <파친코>의 저자인 이민진 작가는 30년간 많은 연구와 인터뷰를 통해 엄청난 양의 수정 작업을 거치고 책을 냈다. <파친코>는 뉴욕 타임즈, BBC 등이 선정한 올해의 책이자 평론가들이 뽑은 최고의 소설이 됐다. 현재는 29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에 출간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 ‘한국사’ 선택이 아닌 필수

  한국사는 2016년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의 필수 응시 과목이 됐다. 절대평가로 성적이 측정되지만, 모든 수험생은 한국사를 치게 했다. 더 나아가 국사편찬위원회는 2006년부터 해마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도 시행 중이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은 초중고 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을 확산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한국사능력시험을 필수로 취득해야 하는 공무원이 많아지면서 매년 높은 응시율을 기록한다.

  국사편찬위원회는 지난해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개편을 알렸다. 시험 개편에 따라 초급·중급·고급의 3종 시험이 심화·기본의 2종 시험으로 변경됐다. 기존 6개 인증 등급은 동일하게 유지하지만, 취득 점수에 따라 심화는 1~3급, 기본은 4~6급으로 나눈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의 인증 등급이 채용과 승진 등에 폭넓게 활용되는 현실을 고려해서 개편됐다.

 

  현재도 과거가 되어 미래에 전해져 내려간다고 생각하면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볼 의지가 생긴다. 그러나 역사를 배울수록 사실과 다른 부분은 걸러내는 능력도 키워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누군가 웃자고 더한 말이 입을 타면 사실로 둔갑하고 잘못된 역사를 주장하는 국가도 있기 때문이다.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놓았다’ 소설 <파친코>의 첫 문장이다. 기록되지 않고 잘못 알려진 역사는 누군가를 망칠 수 있다. 올바른 역사관을 가지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두가 알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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