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 아고라] 나의 삶의 원동력, 유년기의 추억
[한마 아고라] 나의 삶의 원동력, 유년기의 추억
  • 언론출판원
  • 승인 2020.11.18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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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유년기의 성장 과정에서 느낀 감정들을 하나, 둘 정리하다 보면 오늘의 나를 있게 하는 그 하나는 유년기의 성장 과정에서 자연 친화적인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주신 부모님 덕이라 생각한다. 나는 2남 1녀의 막내딸로 태어났으며 아버지는 교직이 천직이신 분으로 내가 5살 되든 해에 교장 발령을 원전초등학교로 받으셨다. 어린 시절 나의 기억으로는 아주 먼 곳으로의 신비로운 세상과의 첫 대면으로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처럼 동화 속 이야기와 같은 날들의 연속이었다. 신비로운 세상의 대면으로 인한 이야기부터 나의 유년기 추억을 풀어가고자 한다.

  마산에서 여객선을 타고 원전까지 가노라면 원전에서는 여객선 선착장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흰 수염 휘날리는 할아버지의 노를 휘휘 젓는 배가 와서 우리를 태우고 원전으로 실어다 주었다. 5살 이전의 마산의 여름은 경이로운 별천지 같은 신비의 세계였다.

  두 번째 추억은 밤이 되면 빈 깡통에 기름을 널고 솜뭉치를 뭉쳐 철사로 챙챙 감아 나무막대기를 끼워 횃불을 밝혀 꽃게, 문어, 해삼, 소라 등을 잡기 위해 밤바다에 나아가는 것이다. 부모님과 오빠는 목장갑을 끼고 들통에 꽃게와 문어 등을 잡았으며 나는 노란 주전자 하나 달랑달랑 들고 돌 사이를 후비며 소라와 해삼을 잡았다. 소라와 해삼을 잡을 때 느꼈던 그 묘미는 내가 태어나서 제일 신나는 일 중에 한가지였다.

  세 번째 경험으로는 태풍과 폭풍우가 휘몰아치고 지나간 자리의 새벽 아침이다. 오빠와 나 그리고 우리 집 강아지 ‘세미’랑 셋이서 어김없이 바다로 이른 아침에 오빠는 들통 들고 난 주전자 들고 바다를 누비는 기쁨은 정말 신선하고 가히 충격적이라 말해야 할 것 같다. 태풍으로 파도가 바닷속을 뒤집어 놓아 내가 태어나서 본적도 없는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는 기쁨은 그 무엇으로도 표현할 길이 없다. 이른 아침 폭풍우가 휘몰아친 날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들뜬 마음으로 오빠와 나 세미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종횡무진 해안선을 누볐다. 지금 원전에서는 찾을 길이 없으며 오직 내 기억 속에서만 살아 숨 쉴 뿐이다.

  네 번째는 아버지와 함께한 추억들이다. 노 젖는 배 타고 망망한 바다 한가운데서 줄 낚시하던 기분도 잊을 수가 없다. 타는 태양과 솔바람도 학교 사택까지 오르는 중턱 길에 다다르면 어린 나에겐 너무 험난하여 아버지 등에 업혀 가거나 목마 타고 오르던 그 길의 향수도 어린 내 몸에 인자처럼 각인시켜 지금도 그 감촉이 온몸을 감싼다. 간간이 아버지가 들려주신 이야기는 잊을 수가 없다. 거리에서 만난 모든 돌과 나무, 꽃들은 밤이 되면 대화를 나눈다고 하셨다. 낮에 있었던 모든 일상사를 기억하고 특히 나에 대한 내가 돌을 찾는지, 돌을 던졌는지, 꽃을 꺾었는지, 풀을 함부로 밝고 다녔는지, 아프고 슬픈 이야기, 기쁘고 행복한 모든 이야기를 서로 나눈다고 하셨으며 아주 작은 것도 소중하다고 말씀하셨다. 자연의 경이와 신비로움을 한층 깊이 사고하도록 동화 같은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셨다. 아버지는 성장기 내내 나에게 풀 한 포기 바람 한 점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으며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는 나의 생명과 다를 바가 없다고 하셨다. 작은 것의 소중함을 비켜 가면 절대로 큰 것을 볼 수 없다고 하셨다.

  아버지의 교훈은 내 삶의 원동력이 되었고, 세상을 보는 눈과 나를 화가로서 살아가게 해 주셨다. 자연은 이처럼 소중하고 아름답다. 모든 생명체와 교감하고 더불어 사는 삶이야말로 우리에게 절실하다고 본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들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자연은 어떠한가? 우리에게도 치유의 시간이 필요하듯이 지구도 치유의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 다음다음 세대도 나처럼 유년기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자연의 경이로움을 체득하며 성장하기를 바라본다.

박미영(미술교육과 졸업 동문, 마산미술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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