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영지] 누구를 위한 배달인가?
[월영지] 누구를 위한 배달인가?
  • 박예빈 기자
  • 승인 2020.09.16 14: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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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 11시가 되면 습관처럼 출출하다. 집 안을 뒤져 주전부리를 찾아 허기진 배를 채워본다. 턱도 없을 때는 핸드폰을 들어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을 켠다. 먹고 싶은 음식이 종류별로 분류되어 보기 편하다. 치킨, 피자, 족발 등 보기만 해도 행복하다. 다른 사람이 남긴 리뷰를 보며 오늘 먹어야 할 음식을 골라본다. 정확히 3번 클릭하면 음식이 주문된다. 전단을 붙여 배달했던 시절에 나는 주문을 한참 망설였다. 매사에 소심한 성격 때문에 모르는 사람과의 통화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결국 수많은 음식을 포기했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증가하고 배달 시장은 더 확대되었다. 배달 앱 이용자는 끝도 없이 늘어났다. 나는 앱이 대중화되었을 때 누구보다 반가웠다. 나와 같은 성향을 가진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음식 가격보다 다른 요소를 보며 배달을 망설인다. 최소 주문 금액과 덧붙여지는 배달비가 내 주된 고민거리다. 최소 주문 금액을 맞추면 음식이 남고 배달비는 줄지 않는다. 3,000원을 훌쩍 넘는 돈이 주문을 막는다. 시킨 음식은 15,000원인데 배달비가 5,000원이면 설렘은 화로 바뀌게 된다.

  배달비는 왜 매장마다 다르게 측정되어 있을까? 소비자가 배달 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면 해당 음식점으로 주문이 들어간다. 점주들은 배달대행업체를 이용해 소비자에게 음식을 전달한다. 소비자가 내는 1,000원~2,000원 정도의 돈은 기존 금액에서 깎인 가격이다. 점주들은 일부 배달비를 지불해 소비자 부담을 최대한 줄이려 한다. 지불하는 금액이 높을수록 시키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점주는 배달대행업체와 배달 앱 이용료를 전부 감당하기 쉽지 않다. 어쩌면 점주들은 전화로 배달하던 시절이 더 그리울 수도 있겠다.

  코로나19로 외식을 하는 사람이 급격히 줄었다. 집에서 음식을 시켜먹는 사람이 그만큼 늘어났다. 수요가 늘어난 배민은 갑자기 수수료 체제를 개편한다고 밝혔다. 기존 수수료에서 1% 인하한 요금 체계인 오픈 서비스를 도입했다. 겉보기엔 좋아 보였지만 점주들은 반발했다. 기존 요금 체계는 매출 규모와 관계없이 일정한 금액을 지불하면 되었다. 그러나 이번 개편으로 매출이 많은 음식점일수록 수수료 부담이 커졌다. 변경된 체계로 보호받는 매장은 극소수였다. 코로나19 때문에 모두가 어려운 사정을 전혀 헤아리지 못한 결정이었다. 결국, 배민은 사과문을 작성하고 수수료 개편을 철회했다.

  며칠 전, 나는 수천 번을 망설이다가 닭발을 시켰다. 40여 분을 기다린 음식을 받으러 나가니 배달원이 내 손에 전단을 쥐여주며 부탁했다. “앞으로 전화로 배달시켜주세요.” 한 마디로 ‘점주구나’라는 생각이 스쳤다. 끝없는 요구와 비용이 감당되지 않는다는 호소가 끊이질 않는다. 수많은 전단이 불편해 만든 앱은 실효성을 잃어간다. 소비자와 점주 사이에 배부른 장사에 맛 들인 탓일까.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를 외치며 하나가 되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질문에 대한 답을 줬던 사람들은 자취를 감춰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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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2020-09-18 15:02:02
그렇죠... 코로나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현재 배달은 없어서는 안 될 필수요소가 되었죠. 그래서일까요? 선결제하면 배달원들은 물건을 문 앞에 두고 가버리기도 하죠. 기자님의 말씀대로 점주분들이나 배달 직원(가게직원)은 전화주문을 반기거나 부탁을 하더라구요. 실효성이 주축이 되던 앱이 몇 명의 배부름을 위해 실효성을 잃어가는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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