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근의 발밤발밤] 냉면, 이데올로기가 만든 남북의 다른 맛의 음식
[정일근의 발밤발밤] 냉면, 이데올로기가 만든 남북의 다른 맛의 음식
  • 언론출판원
  • 승인 2020.06.1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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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처음 먹어본 냉면은 어린아이 때 아버지와 함께 먹은 냉면이다. 냉면 전문식당이 아닌 진해의 중국집에서 먹은 냉면이었다. 냉면 위에 돼지고기 고명이 놓여 있었다. 맛보다 먼저 찾아온 것이 식중독이었다. 몸 전체에 커다란 두드러기가 돋아났다. 어머니는 열과 가려움에 칭얼대는 어린 나를 업고 의원과 한의원을 찾아다녔다. 진해에 가면 그 중국집이 있던 위치도 알고 어머니 등에 업혀 보았던 진해시장에서 나무 장작을 팔았던 모습도 기억에 남아있다.

  냉면의 맛과 멋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냉면 한 그릇 먹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길 때 즐기게 되었다. 특히 기자 생활을 할 때 서울을 비롯해 전국의 유명 냉면집을 순례했다. 흔히 평양냉면(물냉면) 함흥냉면(비빔냉면)의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고 면의 차이를 알게 됐다. 그사이 나는 냉면의 마니아가 되어 있었다. 어린 시절 식중독 두드러기의 고통은 다 잊고.

  냉면은 갈 수 없는 땅, 북쪽의 음식이다. 차게 먹는 한국 전통 국수이다. 주로 평양·함흥 등 북부지방에서 전래된 음식이다. 그 역사는 고려 시대에 이미 즐겼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냉면의 이름은 조선 시대의 문헌에 나온다. 냉면은 평양 지역의 향토 음식이었다. 자료를 찾아보면 조선 시대에 널리 전파된 것으로 나온다. 평양냉면, 함흥냉면이 유명한데 뜻밖에 남쪽의 진주냉면이 유명하다는 기록도 전한다.

  남쪽은 국수, 북쪽은 냉면이다. 국수는 밀가루로, 냉면은 메밀로 면을 만든다. 남쪽의 냉면은 메밀에 고구마 전분을 더해 쫄깃한 맛을 더한다. 나는 국수보다는 우리 밀국수가 좋고, 냉면은 메밀의 구수한 맛이 좋다. 전분이 들어가지 않아 쫄깃한 맛이 없어도 냉면은 메밀의 구수함으로 마니아가 평가한다.

  내 냉면 이력 중에, 평양 옥류관에서 직접 평양냉면을 먹어본 일이 자랑이다. 2000년 여름에 평양에서 남북작가대회가 열렸는데, 남측 작가대표단으로 평양을 방문했는데 대동강변 옥류관에서 평양냉면과 조우했다. 확실히 자본주의 남쪽의 기름진 냉면보다는 사회주의의 구수한 냉면이 한 수 위였다. 그래서 그때 나는 냉면은 이데올로기 따라 남북이 각각 다른 맛에 길들여져 있다는 생각을 했다.

  옥류관은 입장을 하면 물수건을 주는데 그 자리에 서서 손을 닦은 후 돌려주고 테이블에 앉았다, 냉면 나오기 전에 쇠고기 육전이 나왔고 이어서 전통유기 놋그릇에 담긴 평양냉면이 나왔다. 역시! 그 맛에 푹 빠졌으나 추가로 더 드셔도 좋다는 북쪽 친구들의 권유가 있었지만 한 그릇으로 끝냈다. 맛의 초심을 잊을까 싶어서.

  남쪽으로 돌아와 내가 찾은 평양냉면 맛과 비슷한 냉면집은 경북 김천과 영주시 풍기읍에서 만났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이 맛을 계속 유지해달라며 감사 인사를 하고.

석좌교수·청년작가아카데미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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