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유례없는 ‘코로나19’ 위기 국면 하에 21대 총선이 무사히 끝났다.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잡음이 없진 않았지만, 평화적으로 마감된 이번 선거는 우리 국민의 자긍심을 모처럼 올려주었다. 외신들도 그러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영국 BBC 방송 기자는 자기가 경험한 선거 중 가장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라고 우리를 치켜세워주었다.
선거 결과는 다소 의외였다. 민주주의 하에서는 아무래도 정부와 여당이 정책 주관 세력이기에 비판받을 일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들이 비판적 야당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여 ‘수권’ 경험을 갖추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의 여당이 180석을 차지하고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103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좀처럼 보기 힘든 ‘거대 여당’이 탄생됐다.
민주당은 2016년 20대 총선과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 이어 네 번째 전국 단위 선거에서 승리하며 한국 정치에서 보기 드문 성과를 이루어냈다. 한 정당이 전체 의석 5분의 3을 넘어서면 단독으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법안 처리가 가능하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 개혁, 소득주도성장으로 대표되는 경제 대책,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과 같은 대북정책 등을 계속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우려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크다. 노무현 정부에 이은 문재인 정권이 연속된 선거에 도취된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국회 상임위원회 구성에서의 오만도 볼썽사납지만, 특히 최근 불거진 ‘정의기억연대 윤미향 사태’는 가벼이 치부할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해찬 대표나 일부 친여정치인들의 옹호 발언은 수준 이하에,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들이 한때 ‘민주화 운동권’이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한 신문 칼럼은 진보 세력들은 “잘못이 드러나도 뻗대고 오히려 문제를 제기하는 측을 궤변과 힘으로 굴복시킨다.”고 말했다. 한 걸음 나아가 조국이나 윤미향이라는 소위 ‘진보’ 인사들의 행태를 신랄하게 질타했다. 그들은 선전선동술을 기반으로 민주집정제의 미명 하에 비판을 종파주의로 몰고 가는 전략에다, 사욕과 야비함까지 보탠 ‘질이 안 좋은’ 집단이라고 했다. 어쩌다 이리되었는가? 또 권력 때문인가? 외화내빈(外華內貧), 서글픈 시절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