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유의지이든 타의든, 이분법적 사고로 판단하려고 하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을 종종 보고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판단들은 ‘성공과 실패’, ‘행복과 불행’, ‘진보와 보수’ 등 살아가면서 늘 갖게 되는 삶의 전반적인 일상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경남대학교 전자공학과 83학번입니다. 그 시절을 돌이켜보면 저 또한 마찬가지로 예술적인 삶과 평범한 삶을 비교하는 이분법 사고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 당시 전자공학과는 공대의 여러 전공 중 최고의 학과여서 졸업만 하면 취업이 쉬운 -한마디로 잘 나가는- 학과였지만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제 삶의 궤도가 180도로 바뀌어 지금의 삶, 즉 춤꾼, 마당극 배우로 광대의 삶을 살아왔고 살아가는 중입니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그 당시만 해도 우리가 받는 교육은 주입식 교육 일색이고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논리로 어려서부터 개성 있는 인성이나 사회를 다양하게 바라보고 행동할 수 있는 교육 상황이 아니다 보니, 저 또한 학교 교육의 피해자 중 한 사람으로서 평소 불만과 불편함을 가지게 되어 저의 삶을 좀 더 능동적으로 살아가기를 갈망하고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학과 공부보다 탈춤 동아리 반에 가입하여 졸업 때까지 더 많은 활동을 하였습니다. 그로 인해 저는 더 값진 대학 생활을 하였으며, 지금까지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저는 탈춤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비판적인 철학적 사고를 가지게 되었고, 그 생각들을 토대로 ‘좌(左)풍물, 우(右)탈춤’의 문화예술에 빠져들어 광대의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80년대 후반, 대학문화에 집중되던 사회 비판의 저항예술 활동이 공안정국의 탄압과 감시로 힘든 상황을 맞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민중문화의 꽃인 탈춤 형식을 빌려서 굿에서 마당극으로 전환하여 민중·민족운동의 삶을 살다가 졸업 후 사회문화예술 활동으로 이어져 지금까지 제 삶의 기반이 되어 있습니다.
광대의 삶은 항상 그늘진 곳에서 해밝음의 예술 활동을 지향하는 삶이라 살다 보니 그 삶은 절대 순탄하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이분법의 사고로 현실적으로 바라볼 때 저는 실패한 삶이겠죠? 하지만 이런 이분법적 잣대로 다양한 삶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이겠습니까?
전통 예술인으로 살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위안을 주고 때로 눈물도 되었다면 그 자체로 저는 충분히 성공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눈물을 흘리면서 춤을 춘 시간도 있었지만 이런 노력들이 모여서 저 낮은 자리에서 광대로 천대받던 우리 전통 예술인들이 이젠 우리 문화를 지키는 지킴이로 당당히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동문 후배님들!
여러분들도 언젠가 졸업 후 사회에 나가 다양한 직업과 직장을 선택할 것이고,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것입니다. 여러분이 어떤 직업을 가지든, 어느 직장에 다니든, 그 모두가 사회를 발전적으로 움직일 것이라 믿습니다. 그러하기에, 단순한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가치와 미래를 생각하며, 사적인 욕망보다 공적인 사명감으로 미래를 설계하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 공적인 사명감을 가졌을 때 개개인의 세계관이 객관적이고, 능동적이며, 깊고 넓은 통찰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평소 저의 생각입니다.
‘춘래불사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봄은 왔건만 봄이 봄 같지 않다는 역사의 한 단면을 표현한 말입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서 취업, 연애, 결혼, 노후를 생각하면 여전히 ‘춘래불사춘’은 존재합니다. 하지만 봄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그 봄을 느끼고 즐길 수 있는 역량은 자신에게 있습니다. 이분법 사고에서 벗어나 내면의 정체성을 찾아낸다면 봄은 늘 우리 곁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현수((사)경남민예총 이사장, 전자공학과 졸업 동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