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주는 자연
아낌없이 주는 자연
  • 언론출판원
  • 승인 2020.04.24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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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살아가며 마주하는 것 중, 조건 없이 사랑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이에는 친구, 연인, 부모와 자식 같은 인간관계가 될 수도 있지만 나는 내가 별다른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마주할 수 있는, 나에게 항상 조건 없이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자연을 사랑한다. 나뿐만이 아닌 지구의 모든 생명체에게 다양한 모습으로 특별한 조건 없이 보금자리를 내어주는 자연은 누구의 것도 아닌 우리 모두의 것이다. 인간은 필연적으로 지구라는 숙주를 훼손하며 살아가는 기생충과 같고 자연을 마구 잡아먹는 포식자와도 같지만, 자연은 가끔 무서운 모습으로 화를 낼뿐 언제 그랬냐는 듯 인간에게 아낌없이 아름다운 자연을 제공한다.

  나는 자연의 다양한 모습을 사랑하지만 그중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자연의 모습은 맑은 밤하늘의 별들이다.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별, 감히 쳐다보기도 힘들 정도로 아름답게 빛나는 태양을 지구가 등을 지고 하늘을 검게 물들이면 기다렸다는 듯 별들이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그마저도 어둠을 밝히려는 도시의 밝은 빛 때문에 별을 보기 힘들지만, 빛이 없고 도시보다 자연과 가까운 장소에서 올려다보는 맑은 하늘은 경이로움 그 자체이다. 다채롭지도, 화사하지도 않은 단순한 모습으로 빽빽하지만 불규칙하게 각자의 크기로 흩어져있는 별들은 마치 검은 판 위의 골고루 흩뿌려진 설탕 같다. 광활한 우주 속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자신을 연소하며 밝게 빛나는 별들, 이러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건 누군가만의 특권이 아닌 단지 고개를 젖혀 하늘을 올려다보면 언제든지 볼 수 있는 우리 모두의 것이다.

  군 복무 당시 훈련장에서 보았던 맑은 밤하늘의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던 별들은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추운 겨울나무 한 그루, 빛 한 줌 없었던 새벽의 넓은 평야에서 올려다보았던 깨끗한 하늘은 몸이 얼어붙을 것 같은 추위 속 무거운 방탄모를 쓴 채 젖히고 있는 고개가 아픈지도, 시간이 가는지도 모른 채 하늘을 계속 올려다보게끔 하였다. 정말로 쏟아질 것만 같은, 생각보다 많았던 별들은 나를 매혹시켰고 마치 힘들었던 하루의 보상과 같이 편안한 느낌을 줌과 동시에 나를 깊은 생각에 빠지도록 했다. 드넓은 우주 속 무수히 많은 별들 중 하나인 태양, 그 태양을 돌고 있는 우주 속의 창백한 푸른 점에 불과한 지구 속에 살아가는 우리는 조금 더 겸손해져 우리의 유일한 보금자리인 지구를 조금 더 사랑하고 아끼고 감사하게 생각하며 살아야 하는 선택받은 존재라고 느끼게 되었다. 이따금 나는 일상 속 하루를 마무리하며 걷는 길에 문득 당시의 밤하늘이 생각나 하늘을 올려다보지만, 도시에서 별을 보기란 참으로 힘들어 아쉬울 따름이다.

  내가 사랑하는 자연의 일부분 중의 또 다른 하나는 울창한 나무를 품은 숲이다. 제자리에 우뚝하니 서서 변함없이 곧은 지조를 지키는 나무와 부족한 색을 채우는 다채롭고 아름다운 열매와 꽃들, 가끔은 헌 옷을 버리고 새 옷을 입기도 하고 때가 되면 옷을 갈아입듯 색이 바뀌기도 하는 아름다운 숲, 그곳을 집으로 삼아 살아가는 수많은 동물들과 식물들. 이러한 작고 큰 생명체들이 조화롭게 모여 있는 숲은 정말로 아름다운 공간이다. 동물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여러 가지 이로움과 편안하게 쉬어갈 수 있는 쉼터를 제공하는 자연은 마치 따스한 어머니 같은 존재이다. 뜨거운 햇빛을 가린 시원한 그늘 아래 상쾌하고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향긋한 풀의 냄새를 맡고 자유롭게 다니는 동물들과 공존하며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숲은 자연이 주는 위대한 선물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감히 자연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주제넘은 일일지도 모르지만 언제 어디에서나 모두에게 공평하고 절대 서두르지 않는 관대한 자연의 위대함에서 느낄 수 있는 공통적인 감정은 바로 사람의 마음을 평온하게 하고 경이로움과 벅찬 감동을 준다는 점이다. 이러한 느낌은 인간이 만들어낸 어떠한 사물이나 예술을 볼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문물에서 벗어나 모든 생명체가 공존하는 기적과 같은 자연, 원래 그 상태의 모습을 봄으로써 오는 편안함일까? 나는 대가 없이 나에게 이러한 아름다움을 제공하는 자연을 사랑한다.

박다현(국제무역물류학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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