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과 시작
끝과 시작
  • 언론출판원
  • 승인 2020.02.2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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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과 끝이라는 단어들은 서로 완전히 반대되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단어들이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시작과 끝은 비슷한 느낌을 주는 단어들이다. 시작이라는 단어는 새로운 무언가에 설렘을 느끼게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것에 대한 부담감과 두려움을 주기도 한다. 끝이라는 단어는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을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어떤 것을 매듭지었다는 성취감과 해방감을 주기도 한다. 이렇게 비슷한 느낌을 주는 단어들인데, 이상하게도 내가 사랑하는 것들은 시작보다는 끝과 관련이 있는 것들이 많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은 다음과 같다.

  먼저, 나는 잠을 사랑한다. 오후에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자는 낮잠이 아니라 일과가 모두 끝난 후, 밤에 드는 잠을 사랑한다. 내가 잠을 사랑하게 된 것은 고등학교에 진학하고부터이다. 중학생 때에 비해 공부해야 하는 양과 학교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졌기에, 자연스럽게 잠자리에 드는 시간 또한 늦어지게 되었다. 늦은 밤, 잠을 자기 위해 침대에 누워있으면, 오늘 하루도 무사히 끝냈다는 생각과 함께 내가 공부한 것들에 대한 성취감이 들곤 했다. 고등학생 때, 나에게 있어 잠은 하루의 끝과도 같았다. 오후에 받은 피로들로부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하루의 끝. 그렇기에 나는 잠을 사랑했고 여전히 잠을 사랑한다.

  다음으로, 나는 크리스마스를 사랑한다. 내가 크리스마스를 사랑하는 것은 그날에 특별한 감정이 있거나, 추억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단지 그맘때에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좋아하는 것이다. 나에게 있어 크리스마스는 연말, 그러니까 한 해의 끝과 같은 느낌이다. 그맘때쯤이면 우리는 연초에 세웠던 목표를 달성했는지 확인하기도 하고, 내년에 이루고 싶은 것들을 생각하기도 한다. 또한,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반가운 지인들과 만나 그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새로 다가오는 해를 준비하기도 한다. 추운 겨울 지인들과 훈훈하고 따뜻한 만남을 하는 한 해의 마무리. 때문에 나는 크리스마스를 사랑한다.

  마지막으로, 나는 내 고등학교 시절을 사랑한다. 대부분의 고등학생은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을 것이다. 나도 그 대부분에 속했다. 나는 3년간 목표를 위해 노력했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에 그 노력은 합격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누군가는 단순히 내가 대학에 합격했기 때문에, 내 고등학교 생활은 잘 마무리된 해피엔딩이라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해피엔딩인 것은 맞으나, 그 이유가 대학 합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 고등학교 시절이 해피엔딩인 이유는 내가 맺은 인연과 쌓은 추억 때문이다. 인생에서 처음 맞이한 가장 중요하고 힘든 시기를 공유했던 친구들, 그런 친구들과 함께 떠들고 놀던 하루하루. 이것이 내 고등학교 시절이 해피엔딩인 이유이다. 3년간의 고생을 함께하며 소중한 인연과 추억을 만들었던 청소년기의 마무리. 그래서 나는 내 고등학교 시절을 사랑한다.

  앞서 내가 사랑한다고 했던 것들에는 모두 끝과 연관되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내가 이처럼 끝과 관련된 것들을 사랑하는 이유는 끝은 우리가 무언가를 시작함에 있어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잠은 우리에게 내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며, 크리스마스 때 느껴지는 연말의 분위기는 우리에게 한 해를 돌아보게 하고, 보다 나은 다음 해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고등학교에서의 3년 동안의 과정과 그곳에서의 경험은 우리가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고, 보다 나은 성인이 되도록 도와준다. 이처럼 끝은 그 너머 있는 새로운 시작을 도와준다. 이것이 내가 끝과 관련된 것들은 사랑하는 이유이다.

김정호(국어교육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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