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대문명의 위기와 희망의 2020년
[사설] 현대문명의 위기와 희망의 2020년
  • 언론출판원
  • 승인 2020.01.03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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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바람 잘 날 없기로 소문난 한국 사회라지만 지난해는 참으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대내적으로는 제조업 위기에 따른 경제침체가 지속되었고, 산업 재해와 사법 농단 문제, 정치인들의 부동산과 자녀교육이 드러낸 사회경제적 불평등, 검찰수사와 개혁을 둘러싼 여러 광장의 촛불, 서울의 아파트 가격 폭등 등이 큰 이슈가 되었다. 대외적으로는 북미 및 남북한 관계가 교착되고 일본의 수출규제로 한일관계의 악화가 발생하여 동북아시아의 정치적, 외교적 교착 상태는 당분간 쉽게 풀리지 않을 모양새이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큰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세계적으로는 기후위기도 큰 이슈로 등장했다.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문제들은 우리만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전지구적 위기와 맞닿아 있다. 디지털 자본주의로의 산업 전환과 경제침체,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심화, 민주주의의 후퇴와 포퓰리즘의 발흥, 양극/일극 체제에서 다극화된 지정학적 체제로의 변화, 기후 위기의 심화는 세계적 현상이다. 문제는 과거의 해법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것은 현대 문명의 근본적인 문제를 건드리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다. 경제사상사 칼 폴라니는 현대 문명이 처한 위기의 본질이 화폐, 노동, 토지의 상품화(시장거래 확대)에 있다고 지적했다. 실로 20세기 말의 신자유주의는 화폐의 극단적 상품화로 금융 위기와 산업 침체를, 노동의 극단적 상품화로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심화와 민주주의의 후퇴를, 토지(자연)의 극단적 상품화로 주거 불안정과 생태 위기를 낳았다. 또한 이러한 위기들이 초래하는 비용을 다른 나라에게 전가하려는 국가 간의 갈등을 촉발시켰다. 따라서 위기의 극복은 화폐, 노동, 토지의 상품화를 근본적으로 지양하는 새로운 비전과 리더십을 요구한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의 지도자들은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실천하기보다 과거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의 경험과 관행을 답습하는데 그치고 있다. 2016~17년의 촛불 시위와 대통령 탄핵으로 수립된 새로운 정부와 새로운 시대에 대한 국민들의 바람과 기대도 점차 실망과 분노로 바뀌고 있다. 기성 정치세력이 대안적 비전과 리더십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이 때야말로 구태의 답습을 거부하는 새로운 청년 세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과거와 근본적으로 단절하고 발상의 전환을 이뤄내는 산업, 민주주의, 평화, 생태의 새로운 비전과 리더십이 첫걸음을 내딛는 희망의 2020년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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